일상에서 사용되는 일제잔재어는?

입력 2017-05-10 19:48  


[캠퍼스 잡앤조이 = 강홍민 기자 / 정혜인 대학생 기자]‘자동차 타고 온천축제가자’ 이 문장을 어색하게 느끼는 한국인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짧은 문장에서만 일제잔재어가 무려 3단어나 포함돼 있다. ‘자동차’, ‘온천’, ‘축제’ 등 일제잔재어임을 알지 못하고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단어다. 위의 문장처럼 일제잔재어는 순수 일본어뿐만 아니라 일본식 한자어에 많이 남아있다. 심지어 국어사전에 설명되어있는 용어의 25%가 일본식 한자어로 구분된다. 이처럼 우리 말 속에는 일제 식민 지배의 잔재인 일본어 표현이 생활 깊숙이 침투되어 있다.

일제잔재어에 일본식 한자어가 존재한다는 인식부터 가져야

이빠이 (많이), 단도리(단속), 오뎅 (어묵), 기스 (흠). 이 단어들은 순수일본어로서, 이미 많은 한국인들이 일제잔재어임을 알고 있는 단어다. 하지만 순수일본어와 달리 일본식 한자어는 그 존재마저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일제잔재어에는 순수 일본어뿐만 아니라 일본식 한자어도 포함된다. 일본식 한자어란 아편전쟁 이후 서구의 문물이 동아시아 한자문화권에 유입되면서 만들어진 한자 어휘를 가리킨다. 

한, 중, 일 삼국 중에서 일본이 가장 먼저 문명 개화를 주도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일본에서 만든 한자어가 주를 이루게 되고, 이것이 조선과 중국으로 넘어간 것이다. 특히 동아시아에서 일본만이 서구문물 개방 이후 쏟아지는 서양 학문을 수용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 결과 서양의 학술, 사회, 경제용어 등이 일본식 한자어로 번역되었고, 그 단어들이 한국과 중국으로 들어온 것이다. 당시 조선인 지식인들은 일본식 한자어가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것에 대한 반감을 강하게 표현했지만 빠르게 유입되는 일본식 한자어를 대체할 다른 용어를 찾지 못했다. 

대표적인 일본식 한자어는?

일제강점기 초기 조선에 이주하여 생활하던 일본인들은 같은 사물과 개념에 대해 자신들이 전통적으로 사용해 오던 한자 어휘와 조선인들이 사용하고 있는 것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오해를 최소화하고 소통을 편하게 하기 위해 일본인들은 대조표를 만들었던 기록으로 보아 당시 조선식 한자어와 일본식 한자어의 충돌이 꽤나 심각했던 것으로 짐작된다. 

하지만 이후 식민지 지배가 길어지면서 조선의 지식인과 민중이 일본의 출판물에 실려 온 일본식 한자 어휘들에 익숙해지자 일본식 한자어들이 조선어에 정착하게 되었다. 초기 일본식 한자어에 반감을 가지고 의식적으로 피하려고 한 이들조차도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동화되었다. 1920년대 국내 정착되어 현재까지 흔히 쓰이고 있는 일본식 한자어를 살펴보자.



조선에 없던 개념들이 영어가 유입되면서 일본식 한자어로 번역된 경우

 



조선에 이미 조선식 한자어가 있었으나 일본식 한자어가 조선식 한자어를 대체한 경우

  

한자의 종주국이라는 자부심이 강한 중국은 일본식 한자어가 유입되는 것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에 중국은 적극적으로 일본식 한자어를 자국 한자어로 수정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해방 후 72년이 흘렀지만 언어는 독립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오늘날 국어 사전에도 해당 용어들이 일본식 한자어임을 정확하게 밝혀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언어는 한 나라의 정체성으로 꼽는다. 일본의 그림자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위해서는 언어의 독립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20세기 일본이 동북아지역의 표준을 제시하였다면, 21세기 한국이 독자적인 언어표준을 스스로 정립하고 그들과 한국의 언어표준을 당당히 공유해야지만 일제의 잔재에서 완전한 언어독립을 이룰 수 있다.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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